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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2010 넥센 히어로즈에 대한 기억

preamtree 2016. 9. 1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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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야구가 내 인생의 큰 부분이고 인생의 낙이지만, 사실 나는 야구를 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2010년 부터 시청을 시작해서 히어로즈를 꾸준히 응원하고 있는데, 히어로즈는 스폰서가 여러번 바뀌었지만 넥센타이어가 2010년 이래로 꾸준히 스폰을 하고 있으니.... 나는 우리히어로즈, 서울히어로즈의 경기를 본 적은 없다.



(그림1. 2010년 한국 프로야구 정규리그 순위)



 2010년이면 6년 전이고, 야구를 보는 안목이 지금보다 훨씬 떨어져서 2010시즌에 대해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한가지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정말 더럽게 못했다." 

 

순위표를 보면 2000년대 중후반을 풍미했다는 '엘롯기' 보다 낮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3할대의 안습한 승률을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화 이글스를 욕하는 것이 아니다.)


 내 기억 속 히어로즈의 2010 시즌 흐름은 시즌 초반이 끝나기 무섭게 연패를 시작하여, 시즌 중반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한화이글스와의 탈꼴지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는 가장 '만만한' 히어로즈를 잡기 위해 에이스 류현진을 하루 더 쉬게하거나 4일 휴식 후 등판을 하는 식으로 표적등판을 시키곤 했다. 



 한화 이글스 입장에서는 가장 가능성 있는 경기에 에이스를 내어 확실히 1승을 챙기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그림2. 2010시즌, 한화 이글스와 경기가 있을 때 가장 많이 대결한 선발 투수였던 류현진선수. 메이저 리그 진출 이후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그의 성공적인 재활을 빌어본다.)



 2010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넥센 히어로즈가 그리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았다. 히어로즈의 주축 선수들이 현금 + 백업급선수or유망주 + 뒷돈에 트레이드되며 선수층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직전시즌 좌완선발로써 다승왕 경쟁까지 했던 이현승 선수는 두산의 금민철 선수에 현금을 곁들여 트레이드 되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민철 선수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완봉승을 히어로즈에서 달성한다.)


 직전 시즌 내내 트레이드 파동에 시달린 장원삼 선수 역시 박성훈 선수 + 김상수 선수(이번 시즌 괜찮은 활약을 한 그 선수 맞다)와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 되었다. 


 국가대표 백업 외야수 이택근 선수도 박영복, 강병우 선수와 엘지 트윈스로 트레이드 되었다. 창단 시즌에 너클볼로 재미를 본 마일영 선수도 마정길 선수와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 되었다. (이건 꿀트레이드)



(그림3. 2010시즌이 시작되기 전, 새롭게 히어로즈에 합류한 선수들. 지금도 볼 수 있는 반가운 얼굴이 있다.)



 트레이드 이야기가 나와서 더 써보자면, 넥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는 당시 야구계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당시 이장석 대표는 "미래 가치를 생각한 합리적인 트레이드."라는 식의 해명을 했으나,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이장석 대표는 2014년 제작된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구단 사정이 매우 어려워 현금 마련을 위해 트레이드를 단행했었다고 간접적으로 고백했다.) 


 다 쓰러져가는 야구단(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여 한 몫 챙기려고 한다는 소문도 많이 돌았었다. 이러한 비난은 시즌 도중 일어난 황재균 트레이드와 시즌 종료 후 단행된 고원준 트레이드에서 절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림4. 2010년 7월20일, 히어로즈의 황재균 선수와 롯데 자이언츠의 김민성, 김수화 선수를 맞바꾸는 2대1 트레이드가 단행되었다. 황재균 선수는 당시 리그에서 가장 유망한 3루수였기에 더욱 파동이 컸다.)


 팀의 주축 선수를 트레이드한 것으로도 모자라 팀의 미래를 트레이드해버린 트레이드로 히어로즈 팬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커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당시 유망주(황재균, 강정호, 고원준, 문성현, 금민철 등)들이 씩씩하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받아치는 것을 보며 몇년 후 강팀이 되어 있을 히어로즈를 상상하는 것(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이 큰 즐거움 중 하나였기에, 크게 낙담했었다.

 


 그럼에도 히어로즈의 야구는 재미있었다. 어쩌다 바빠서 못 본 경기를 히어로즈가 이겼으면 뭔가 억울해서 다음 경기는 꼭 챙겨봤고, 나왔다 하면 상대 타선에 얻어 터지지만 팀 타선 득점 지원 덕에 승리는 꼭 챙기는 번사이드 선수가 신기해서 챙겨봤고, 김광현 류현진 등의 에이스와 맞대결에서 대등하게 투구하는 고원준 선수의 미래를 기대하며 그의 선발 등판을 챙겨봤다. 



 한편, 손승락을 위시한 불펜진은 리그 상위권 수준이었는데(2010 불펜 방어율 3위) 이는 경기 후반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손승락 선수는 26세이브로 (이용찬 선수의 자멸 덕분에)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림5. 박준수선수와 이용규선수, 2010년에 한 타석 최다 투구수 신기록을 세웠다.)



 2010년 히어로즈의 야구를 보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이용규 선수와 박준수 선수(박승민으로 개명)의 대결이다. 두 선수는 한 타석에 무려 20구 접전을 벌였으며, 박준수 선수가 승리했다. 나는 이 경기를 라이브로 보는 영광을 누렸다! 내 기억에는, 이미 무사 2-2 카운트에서 기록을 경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박준수 선수는 몇 개의 공을 더 던졌지만 이용규 선수는 끈질기게 커트했고 (용큐놀이) 20구 만에 우익수 플라이로 마무리 되었다. (박준수 선수는 예기치 않게 한 타자만 상대하고 다른 투수로 교체된다.)


 2011 시즌까지 나는 히어로즈가 지금의 강팀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했다. 항상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 것에 감사하고 경기에서 져도 그 날의 긍정적인 점을 찾아 만족했었는데, 요즘은 어째 이기는 것이 당연해진 분위기이다. 


 그만큼 히어로즈가 다른 팀이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이 되었다는 것이지만, 가끔은 6년 전에 응원하던 마음 가짐을 많이 잃어버린 느낌이다. 이번 포스팅을 계기로, 더 순수한 마음으로 히어로즈 선수들과 팀을 응원하기로 다짐해보며 글을 마친다.

 

 

 


-끝-

 

 

 


출처

그림1: https://ko.wikipedia.org/wiki/2010%EB%85%84_%ED%95%9C

그림2: http://blog.donga.com/uniquy1/archives/23

그림3http://m.inews24.com/view.php?g_serial=468031&g_menu=702100

그림4: https://www.google.co.kr/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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